2026년 10월 28일
문화관광 헤드라인

중국 송나라 사찰 융흥사

  • 2026년 10월 27일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스쟈좡(石家莊)의 정딩현(正定縣)은 인구 55만명의 작은 현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작은 현에는 천 년이 넘는 고찰이 숨어있다.

융흥사(隆興寺)는 수나라 때 처음 세워졌고 송태조 조광윤(趙匡胤)의 칙령으로 몸을 키웠다. 그 후 북방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성지가 되었다. 청나라 강희·건륭 연간 여러 차례 손을 봤고 이때 융흥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중국에 현존하는 송나라 불교 건축군 가운데 가장 크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절 안에는 여섯 가지 보물이 있다고 한다.
마니전(摩尼殿)에 들어서면 도좌관음(倒坐觀音)이 앉아 있다. 관음은 대개 정면을 향해 자비로운 신의 얼굴로 앉는다. 이 관음은 돌아앉았다. 신의 얼굴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이다. 중국 당대의 작가 루쉰(魯迅)는 이 관음을 ‘동방 미의 화신(東方美神)’이라 불렀다. 보는 이의 마음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오는 얼굴이다. 마니전 자체도 예사롭지 않다. 평면이 십자형이고 정사각형 본전 정중앙에 합산식 건축기법이 적용됐다. 굵은 기둥과 웅장한 두공은 송나라 건축 교범인 『영조법식(營造法式)』을 그대로 따랐다.

대비전에는 천수천안관음상이 있다. 높이 21.3미터. 목재 골격 위에 청동판을 덮어 만든 북송의 동상으로 중국에 남은 가장 큰 고대 동제 관음상이다. 건축학자 량스청(梁思成)은 이것을 송나라 조각예술의 최고 걸작으로 꼽았다. 천 개의 눈으로 천 가지 고통을 보고 천 개의 손으로 천 가지 구제를 베푼다는 보살이, 21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함께 한다.

전륜장(轉輪藏)은 불경을 보관하던 회전식 목조 서가다. 북송에 만들어졌고 현존하는 전륜장 가운데 손꼽힌다. 원통형 몸체에 화려한 조각이 새겨졌다. 경전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돌리는 것으로 공덕을 쌓던 시대의 물건이다. 지금은 돌지 않는다. 그래도 천 년을 서 있다.

보물은 여섯에서 그치지 않는다. 말없이 서 있는 비석들도, 해마다 푸르름을 되찾는 천년 고목들도 이 사찰의 일부다. 이 지역을 지켜온 사람들의 숨결이 돌과 나무 속에 고여 있다.